항상 처음 시작이 어렵다.
우연히 받은 메시지에 작가 모집이라는 문구가 나의 이목을 끌었을 때 나의 중학교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 갔다. 그렇다 나의 꿈은 작가였다.
아니 적어도 나는 글쓰기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삶을 살아 갈 줄 알았다. 왜냐하면 나의 감수성이 나는 문학가이고, 작가임을 알려 주는 것 과 같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
나는 왜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는지를. 나의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은 열등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엄마이자 가장이었던 어머니 밑에서 셋째로 자라왔으니, 당연 했을 법하다. 키도 작았고, 내성적인 아이였다. 그러다 보니 언제나 내 친구는 나의 또다른 자아인 내 자신이었다. 아마 이때쯤, 나는 스스로에게 자문자답을 하면서 놀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 시절 나는, 허무 맹랑한 상상을 많이 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북한과 전쟁이 다시 일어난다는 사실을 내가 제일 먼저 알고, 대통령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려 영웅이 되는 꿈. 또는 내가 화려하고, 잘생긴 무사가 되어, 일본 적군들과 전투를 이기는 꿈 등. 이쯤 되면 다들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왜 작가가 꿈이 였는지.
그렇다. 현실과 다른 또 다른 세계관을 나는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머리속에 있는 세계관을 글로 적으면, 나는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내가 그 때 꿈 꾸었던 세계관은, 나의 중심으로 돌아 갔으며, 차분했고 따뜻했다. 나는 거기서, 영웅이 될 수도 있었고, 세계를 움직이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였다. 그 세계관 안에서도, 인간들이 구성하는 마을이 있었고 나는 그 구성원들에게 칭송을 받은 그런 사람이었다. 나의 욕망을 분출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나의 세계관에서는 욕망과 쾌락만이 있었다. 정의도 양심도 도덕심이 없는 삭막한 공간이었음을 기억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니, 나는 어느새 고등학생이 되어 있었다. 고등학교 입학 식 때, 처음으로 어머니가 교복을 맞춰 주셨다. 나는 우리집 형편을 알 고 있었지만 내심 기분이 좋았다. 아마 그 때 이쯤부터, 나와 친하게 지냈던 내 자아와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자라고 있는 환경이 눈에 들어왔었고,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공상을 할 시간도, 체력이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나의 꿈이었던, 작가는 나의 무의식 어딘가로 가라 앉았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학교 공부를 제법 잘 따라갔었다. 공부를 하다 보니, 문과보다는 이과가 취업이 잘 된다는 이야기를 건너 들었다. 내 인생의 손꼽히는 실수. 나의 진로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결정을 했다. 내가 그렇게 주관도 없고, 배짱도 없는 녀석이었는지 참 한심하기 그지없다. 그 시절 그 때로 돌아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정없이 멱살을 잡고 외치고 싶다. 제발 진심을 다해, 꿈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보내 보라고.
이과를 선택한 나는 자연스럽게 공대에 입학하고, 졸업과 동시에 엔지니어로 입사를 했다. 지금 이 글을 순간 나의 과거를 회상하게 되었다. 취업은 잘 되었는지, 만족하는 회사와 연봉을 받고 있는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자긍심을 가지는지. 결론 먼저 이야기하자면, 현재의 내 자신에 대해 만족한다. 분명 취업할 곳도 많았고, 내가 할 수 있는 분야도 다양하여 선택의 폭도 많았고. 지금 내가 맡은 업무에 어느정도 자긍심이 있다. 이만하면 됐다 싶기도 하지만, 항상 내가 가보지 못한 길, 선택하지 않은 결정에 아쉬움이 있다. 그게 바로 나의 꿈이었던, 작가였다. -다음 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