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비밀(2)
장은솔
어느 평범한 날에 앞면과 뒷면의 경계 부근을 따라 조용히 거닐다가 나는 속으로 결심했다.
달의 뒷면을 등지고 서서 그 사람을 내 앞에 세웠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 사람의 두 눈이 전
보다 한층 빛날 거라고 생각하자 내 심장이 두근거린다.
이 결심 이후로 실망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적어도 내가 알기에는. 오히려 그들과의 사랑은 날아오르기만 했다.
나는 두손바닥을 그 사람 앞에 내밀었다. 그 사람은 양손을 내 손 위에 올려 맞잡았다.
사랑은 주고 받는 것일까.
내가 한 걸음 뒤로 가면 그 사람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그 사람의 시선으로는 앞면보
다 더 서늘해 보이는 그곳으로의 인도가 달갑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사람과의 이야기 중에 언젠가 뭐든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고 내게 말해주었었다.
여느 다른 사람들처럼 말했었다.
자신이 모르는 것이 얼마나 거대한지 상상이나 해 본 적은 있는지 궁금하다.
경계를 넘어가는 그 사람의 손에 바람이 느껴지자 그 사람은 내 손을 더 힘 있게 잡는다.
그 사람도 나도 긴장한 탓에 손에 땀이 흥건하다. 나의 달에 존재하는 것에 대하여
속시원히 말해준 적은 없다. 우리는 앞면에서 보이는 것들로 충분하게 만족하며 이야기를 하
였다. 나에게는 평범한 행복인 것들을 그 사람이 보면 할 말을 잃을지도 모른다. 선선한 바람
에 그 사람의 앞머리가 흔들린다. 그 사람이 놀랄 틈도 주지 않고 나는 흙길을 걷는다.
웅덩이 위에 핀 연꽃을 자랑하고 손을 담가서 나의 사유를 보여준다.
마치 장난감 가게의 사장님이 된 것처럼 여기에 자라난 나무를 보여주고 저멀리에 있는 푸른 협곡에 대하여 설명을 한다. 사막에 내린 비가 꽃을 피우는 것처럼 나의 달에도 눈물이 지나가거나 고인 자리는 이렇게 찬란하다고 쉴 새 없이 말을 한다.
그 누구도 믿지 않을 장소를 본 그 사람은 아무 말도하지 않는다.
그래도 전보다 환해 보이는 웃음을 짓는다. 그런 얼굴을 앞서 이곳에 온 사람들
에게서 본 적이 있다. 우리는 지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우리는 그 사람에 관한 사유의
웅덩이 가장자리에 걸터앉아서 하루를 보낸다.
공평하지 않은 세계에서는 평균이 존재한다. 서로가 체감하는 시간의 속도는 동일할 수 없
고, 그 안에서 내가 보는 세상의 속도는 매우 빠르게 흐른다. 새 학기에 정해진 옆자리 아이
와 만난 지 하루가 되는 날에 내가 조용하고 재미없어서 지루하다는 말을 들었다.
뒷사람에게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나는 들을 줄 알았음에도 그는 그걸 모르는 것 같았다. 내가 할 말은 없어도 세상은 참 빠르구나 생각하기 시작한 첫날이었다. 평균보다 느려서, 평균보다 느린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 어린 날의 나는 외로워하고 혼자서 사유의 사이에 숨 막히듯 자라왔다.
아직도 이따금 나만 두고 날아가는 다른 사람들의 시간을 보면 서운하기
는 마찬가지다. 다만 변한 것은 내 기준을 그들에게 맞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홀로 있어도 언제나 흐뭇하다는 걸 인정하고 나서야 조용한 행복에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얻은 여유 있는 시간에 우연히, 혹은 운명과 필연으로 이것을 인지해 준 사람들과 나의 행복을 공감하며 사랑하려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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