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비밀(1)
장은솔
외로움의 이유에는 사랑의 결여가 포함되어 있다.
그걸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 사랑의 방식은 스스로 알아챌 수 없을 만큼 너무나 비밀스러웠기 때문이다.
어두컴컴하고 척박한 땅을 가진 달의 뒷면으로 숨어들어 내가 보는 것은 타인이다.
나는 아무도 숨 쉴 수 없는 곳까지 물러 나와서 나를 논하기 시작한다.
외로운 이곳에서 마음에 상처하나 새기지 않으려 노력하고 나를 논했다. 나는 그랬었다.
어두운 곳에서 나는 달 뒷면에 존재하는 무수한 구덩이를 모두 눈물로 채워 넣었다. 한 구덩
이에 한 가지 사유를 토로하고 그 앞에 서서 울었다. 하루 종일 서 있던 날에는 눈물이 흘러
넘쳐서 작은 협곡으로 이어지곤 했다. 시간이 지나고 모든 협곡과 움푹 파인 곳을 사유로 적
시게 되었다. 단 절반만.
사람들은 알고 싶어 한다. 나의 달에 대해서 탐사를 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많지도 않고 빈
번하지도 않아서, 몇몇으로만 이루어진다. 그들이 나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실로 거대한 운석
의 충돌과도 같다. 그들이 나의 달에 찾아온다. 달의 표면은 흔들리고 나의 사유들은 제자리
를 지키지 못하고 여러 사유들과 섞여 마찰을 일으킨다. 그로 인해 소용돌이치는 거대한 파도
가 모든 구덩이의 사유를 한꺼번에 삼켜 버린다. 그들이 도착하자 달의 앞면에는 깊은 구덩이
가 생겨나고 달의 뒷면에서는 그들이 내딛는 한 걸음마다 사유의 웅덩이가 요동치기 시작한
다. 파도는 달의 앞면까지 맹렬하게 달려가려 하지만 뒷면과 앞면 사이에 보이지 않는 유리막
이 있는 것처럼 어떤 것에 의해 세차게 부딪힌다. 그 충격의 힘은 나의 사유를 연이어 헤집는
다. 나는 진동을 잠재우고자 그들 앞으로 가려 했다. 그들은 볼 것 없어 보이는 광활하고 고
요한 앞면에 깊은 발자국을 남겨 놓고는 별말 없이 떠나간다. 나와 인사도 하지 않은 그들이
이곳에서 무엇을 보기는 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들은 거대한 흉터만 남기고 재미와 지루함을
운운하며 날아갔다. 그 모습에 나는 또 괜스레 마음만 뒤집힌 것이 억울하여 울고 싶어진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 한 사람이 남아있다.
한 사람은 조용히 앞면에 생겨난 여러 굴곡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축축해진 바닥 위에 맨발
로 서서 보이지 않는 장벽 너머로 마중을 나갈 것인가 망설인다. 잔잔하게 퍼지는 물결 틈에
서 몇 시간을 서서 한 사람을 보았다. 언제까지 보아야 하는가 생각하고 있을 때 그 사람이
경계까지 찾아온다. 사람은 뒷면에 있는 나를 볼 수 있지만 내 주변에 진동하는 물결과 물의
흔적 하나 보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평범한 이야기를 나눈다. 오자마자 가버린 사람들에
대하여, 사람에 대하여, 사람의 주변 사람에 대하여, 사람이 사는 세상에 대하여 이야기를 받
는다. 나는 그 사람에게 이야기를 주는 동안 사랑은 주고받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앞면
에 새겨진 많은 흔적들을 남기고 간 미지의 인간들은 다들 그런 유의 말을 하고는 날아갔기
때문이다. 난 그저 그들보다 주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인데 이래저래 서로 마음만 속
썩인 채 이별하고 만다. 그러다 지금 마주하게 된 이 사람은 아직 머무르는 중이다. 보잘것없
는 달의 앞면에서 보이는 것은 나밖에 없는데도 즐거워한다. 그 사람은 자기가 사는 곳에 가
느라 자리를 비우기도 한다. 그동안 나는 여러 구덩이를 사유로 채우는데, 이제 그 사람의 구
덩이도 생겨났다.(다음 호에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