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은 등으로 떠받치기엔 세상이 너무 무거워
그녀는 네 발로 생을 버티는 낙타를 닮아갑니다
수레에 쌓이는 고물처럼 불룩한 등뼈는
허기가 밀어올린 고행의 흔적입니다
박수봉 - 낙타 中(제6회 아산문학상 대상 수상작)
1. 최근 2022년 아산문학상 대상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상을 받는다는 것은 언제든 기분 좋은 일이지요. 부족한 작품을 뽑아주신데 감사드리고 더 나은 작품으로 독자들께 보답하라는 말씀으로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 어떻게 시를 쓰게 되셨는지 계기가 궁금합니다.
특별한 동기는 없고, 그냥 막연하게 언젠가는 내 이름이 적힌 시집을 한 권 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시를 쓰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였습니다.
3. 책과 독서를 대체할 즐길 거리가 많아진 현시대에 시인님께서 “시”를 선택하신 이유와 “시”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을까요?
시를 선택한 이유는 시가 제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짧은 형식에 담아내는 메시지의 울림이 큰 장르여서 시를 선택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시를 통해 현실에서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을 드러내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이 사회가 약한 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기를 바라면서 꾸준히 그 길을 가려고 합니다
4. 평소의 나와 시인으로서의 나는 다를 것 같은데, 살아가시면서 특히 다른 점이 있을까요?
특별히 다르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일상 속에서 늘 시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지요. 요즘은 더 시에 빠져 사는 거 같습니다.
5. 한편으로 ‘시인이어서 좋더라’ 그런 순간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2023년 4월부터 시창작 강의를 시작하였는데 반응이 괜찮은 거 같아요. 제가 시인이어서 시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시에 대한 얘기를 들려줄 수 있어서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인 박수봉을 아시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는 게 좋습니다
6. 이번에 수상하신 작품의 제목이 ‘낙타’인데 어떤 이유로 제목을 “낙타”로 지으셨는지, 시인님께는 그녀와 낙타를 어떤 의미에서 동일시했는지 궁금합니다.
이 시는 파지를 주워 생계를 꾸려가는 노인의 일상을 그린 시입니다. 그 노인의 모습이 아무런 희망도 없이 막막한 사막을 걷는 낙타와도 같다는 생각에 ‘낙타’라고 지었습니다. 굽은 허리, 깡마른 종아리로 파지를 담은 수레를 끄는 모습에서 낙타를 유추하게 된 것입니다
7. 시인님의 시 “낙타”, “청소를 하면서”, “영등포”의 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표현한 걸로 보이는데요. 시인님은 세상을 볼 때 어떤 시선으로 보시는지 특히 눈여겨보는 부분이나 눈이 가는 사람이 있을까요?
시 ‘영등포’와 ‘청소를 하면서’는 2022 전태일 문학상 수상 작품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 저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이 땅의 들풀 같은 존재들의 삶을 제 시의 모티브로 삼고 있습니다. 사회적 환경 문제나 생태적인 환경 문제에 관심을 두고 시를 쓰는 편입니다
8. 「청소를 하면서」라는 시에서 ‘멀리서 보면 꽃 피는 세상이 화려하게 보여도 꽃그늘에 서보면 우울한 꽃의 눈물도 있다’라고 쓰셨는데, 그 시구 안에 청년들이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노력이 느껴졌습니다. 혹시 오늘 그 청년들을 다시 만난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저는 기성세대로서 청년들에게 ‘참 미안하다’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오늘날 청년들이 직면하고 있는 취업에 문제라든가 주거환경 등을 야기한 기성세대의 책임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청년들이 이렇게 극한 상황까지 내몰리게 된 것에 대해 정치권력이나 자본가들의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9. 요즘 젊은 세대에서는 온라인(SNS)에서 짧고 쉽게 읽히는 시가 많은데요. 시인님께서 생각하는 시와 온라인(SNS) 상의 짧고 쉬운 시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요즘 세태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세상이 복잡해지고 사는 것이 힘들수록 쉽게 그 욕구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잖아요. 특히 SNS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시는 짧고 간명한 것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러나 시적 진실이 담기지 못하고 쉽게 배설되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10. 마지막으로 「문장으로 만나는 문학레터 오작교」 구독자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시가 있을까요? 소개하려는 이유도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빈집’을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이 시를 통해 신춘문예라는 관문을 통과 하였고 저에게 시인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준 시여서 애착이 가는 시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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