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님! 어느덧 2023년도 40일 남짓 남았습니다.
벚꽃이 흩날리는 봄, 무더위와 비에 젖은 땅내음이 물씬 나던 여름, 노란 빛 단풍의 가을을 지나 이제 코 끝의 찬 공기가 간지러운 겨울이 찾아오며 올해의 끝이 서서히 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항상 이 맘때가 되면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났나 싶기도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올해가 유난히 다른 때보다 빨리 지나간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어린 시절에는 얼른 어른이 되고 싶어 하루 빨리 나이 먹기를 바랬지만 그렇게 시간이 가질 않았는데, 요새는 왜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지나갈까?에 대해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보다 덩치는 커졌지만 아직도 제 스스로를 어른이 될 준비가 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물론 주민등록상의 나이는 이제 앞자리의 숫자가 3으로 시작하는 성인이지만 한살 한살 먹으면 먹을수록 삶의 무게를 실감하는 것에 비해 제 내면은 아직도 어린 시절의 꼬꼬마마냥 단단하지 못한 그 괴리감때문에 더욱 더 흘러가는 세월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거리 곳곳마다 밝은 분위기의 크리스마스 캐롤이 들리며 연말이 왔음을 알리면 괜한 공허감과 함께 쓸쓸함마저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찾아보니 저만 이런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연말에 알 수 없는 우울감을 느끼는 '연말증후군'이란 현상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우울감에 지지 않기 위해서 몇년전부터 이맘때가 되면 출퇴근길에 듣는 저만의 숨겨진 크리스마스 명곡을 여러분들께 추천해드리고자 합니다. 아직 안 들어보셨다면 한번 재생 버튼을 눌러서 들어보세요! 토이의 <Goodbye sun, Goodbye moon>이란 노래로 해와 달에게 인사하며 한 해와 작별할 준비를 하고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설레하는 예쁜 가사가 특징인 노래입니다.
잘 가 하얀 해님아 고마워 고운 달님아 하루해를 넘어 열두 달이 가고 오 눈부시게 달려온 12월 Good bye sun, good bye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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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 두고 가 해님아 우리 슬픔 가져가 달님아
오늘도 이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출근하다보니 문득 해와 관련된 명대사로 유명한 고전 영화가 하나 떠오르더라고요. 여러분은 영화 역사상 최고의 흥행작이 어떤 영화인지 알고 계신가요?
<아바타>, <어벤져스>와 같은 최근 개봉한 블록버스터 영화이지 않을까 싶지만 놀랍게도 인플레이션을 적용하면 영화 역사상 최고 흥행작은 80년 전 작품인 1939년 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입니다. <아바타(2009)>가 29억 2370만 달러(약 3조 6853억원)의 흥행 수익을 올렸지만 현재 물가로 계산하는 경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는 무려 41억 9200만 달러(약 5조원)의 흥행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오거든요. 1936년 출판된 미국의 여류 작가 마가렛 미첼의 동명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4시간의 러닝타임이지만 지금 봐도 정말 재밌게 잘 만든 영화이니 님도 한번쯤 보시는 것을 추천드리겠습니다!
긴 러닝타임만큼 줄거리도 방대하지만 요약을 하자면, 19세기 중반 미국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하여, 미국 남부 부유한 농장주의 딸인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인생 역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름답지만 철딱서니없던 평범한 소녀가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풍요롭던 농장도 불타면서 지독한 가난으로 피폐해지고, 그럼에도 다시 또 다른 사랑을 찾고 예쁜 딸까지 낳으며 행복해지는가 싶지만 딸의 죽음을 계기로 재혼한 남편마저 그녀를 떠나며 다시금 스칼렛은 혼자가 되고 지난 날에 대한 회한으로 가득차게 됩니다.
사랑도 잃고 가족도 잃은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회한에 빠지지만 그럼에도 이제껏 그래왔듯이 다시 한번 강인하게 마음을 먹고 고향으로 돌아가 남편의 마음을 되찾을 방도를 생각해보기로 합니다. 이때 스칼렛이 그 유명한 대사를 읊으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집으로 돌아가야지! 모든 것은 내일 생각하자"
"그리고 그를 다시 돌아오게 할 방법을 생각해보는거야"
"어쨌든,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테니까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
새해 첫날만 되면 첫 해돋이를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르거나 동해 바다로 가곤 합니다.
어차피 해는 매일매일 뜨는데 굳이 새해 첫 날 꼭두새벽부터 해 뜨는 것을 보는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토이의 노래도 그렇고 영화 속 주인공의 마지막 대사를 곱씹어보면 어제의 '해'와 '나'는 이미 지나간 작별해야 되는 '과거'이지고 새로운 '해'를 바라보며 새로운 '나'를 기약하겠다는 다짐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더구나 그 새로운 해가 단순한 내일이 아닌 새해의 첫 해라면 더욱 의미있지 않을까요?
올해 6월부터 여러분과 소통하고자 시작했던 <문학레터 오.작.교>는 오늘 호를 마지막으로 끝이 납니다. 실험적인 사업이였던만큼 담당자인 저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했고 <문학레터 오.작.교> 역시 다른 기관이나 출판사에서 만드는 뉴스레터만큼 전문적이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님과 함께 만들어온 지난 발자취를 보니 그동안의 고생이 아침 햇살에 사라지는 차가운 새벽공기마냥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의 2023년은 어떠셨나요? 2023년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보내시든지 여러분들의 올 한해도 <Goodbye sun, Goodbye moon>의 가사처럼 눈부시게 달리시길 바라겠습니다. 혹시라도 눈부시게 달리지 못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그럼에도 어쨌든,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테니까요!! 저 역시 보다 단단한 사람이 되어 여러분들과 조만간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만나뵙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마지막 뉴스레터는 시민 작가분들의 작품들로 마무리가 되니 작품들도 재밌게 읽어주세요! 그럼 다음 번에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