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서산 출생
• 1994년 문예사조 신인상으로 수필 등단
• TV동화 행복한 세상 8권에 동화 수록(샘터)
• 제2회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동상
• 제30회 경기여성기예경진대회 시 부문 최우수상 그 외 다수
• 前오산소식지 기자, 前사)한국문인협회 오산지부 10대 사무국장
• 2021년 오산시 중앙도서관 상주 작가

  안녕하세요, 저는 농사를 지으며 시와 수필을 쓰고 있는 작가 이상희입니다

  정말 경험해보지 못한 여름인 것 같습니다. 가끔 밭에 나가서 고추를 따다 보면 숨이 턱턱 막혀요.  그래도 이 시기를 놓치면 한 해 농사를 망치기에 있는 힘을 다한답니다. 농사를 짓다 보면 인생이든 농사든 때가 중요하다는 걸 느끼곤 해요. 때를 놓치게 되면 몇 배로 더 힘들게 되거나 공든 탑이 무너지기도 하죠. 그래서 때를 놓치지 않으려고 언제나 마음을 쓴답니다.

  스무 살 무렵이었어요. 황인용 강부자의 ‘여성시대’에 편지를 썼죠. 지금도 생각이 나는데 제목이 ‘고목 나무에도 꽃이 필까요?’였어요. 서른이 넘도록 결혼을 안 한 오빠들 얘기였는데 30년이 흐른 지금에도 고목 나무엔 꽃이 피지 않네요. 그때 황인용 아저씨가 ‘글을 참 조리있게 잘 쓰네요’라고 하더군요. 그 말씀 한마디가 큰 힘이 됐답니다.

그 방송을 계기로 흙빛문학 회원님과 인연이 됐고, 그렇게 본격적으로 글을 쓰게 됐어요.

  ‘들꽃’은 경기여성 기예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이구요, ‘존재의 이유’나 ‘빈손’은 서울 지하철역 스크린도어에 게재되어 있어요. 수필, ‘문경에서 길을 묻다’는 전국수필대전에서 상을 하나 주시더군요. 감사히 받았답니다. 그 외로 동화 ‘착한 영웅’은 텔레비전 행복한 세상에 소개돼 책에 수록된 작품이에요.

제 글은 주로 농사를 지으며 삶이 무엇인지 사색하는 과정에서 나오곤 한답니다.

한 번은 김을 매는데 시 한 줄이 떠오르는 거예요. 그래서 호미를 던져놓고 휴대폰을 열어 서둘러 저장을 했지요. 글귀는 떠오르면 그때그때 잡아둬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달아나서 돌아오지 않거든요

  오산 중앙도서관에서 ‘엄마 꽃놀이 가자’라는 주제로 시화전을 열었을 때예요.

하루에 한 번씩 전시회장에 오시는 어른이 계셨는데, 엄마 생각이 나서 참 좋다며 읽고 또 읽으시더군요. 그때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를 해줄 수 있구나 싶어 마음이 뿌듯했어요.

  농사는 인생과 닮았어요. 생로병사가 있고, 그때그때 해줘야 할 것이 있지요. 그래서 농사를 지으면서 인생을 배우고 배운 인생을 글 속에 담아둔답니다. 농사와 글쓰기의 같은 점은 땀을 흘린 만큼 열매가 달다는 거예요. 정성을 들인 만큼 그 결과물은 제 마음을 흐뭇하게 하죠.

농사와 글쓰기가 다른 점은, 농사는 눈치를 많이 봐야 해요. 글쓰기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 쓸 수 있지만, 농사는 우선 하늘의 날씨부터 살펴야 하거든요.

    글을 쓰는 것이 마음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아픈 추억의 가시를 뭉그러뜨리기도 하고, 좋았던 추억을 떠올려 지금의 아픈 마음을 위로해주기도 한답니다. 때로는 부모님 마음을 읽어보는 계기가 되기도 해요. 그때는 몰랐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렇게 받은 사랑을 제 아이들한테 나눠주고 있는 저를 종종 볼 수 있답니다.

  어른답게 늙고 싶다는 것이 제 소망이거든요. 예전엔 과거를 떠올리며 글을 썼다고 한다면 이제는 현실에 충실한 글을 쓰고 싶어요, 그래서 훗날 내 발걸음이 됐으면, 그 발걸음을 보고 누군가는 ‘이 사람은 인생을 참 잘 살았구나’하고 흐뭇하게 바라봤으면 좋겠어요.

  내가 지금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 자체를 잠시 묻어뒀으면 좋겠어요. 치열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내가 너무 가엾고 내 처지가 너무 불행하거든요. 그냥 별다른 생각 없이 열심히 살다가, ‘그땐 그랬지’하며 치열하게 살았던 날들을 꺼내 보면 그때, 기특한 자신을 바라볼 수 있을 거예요.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지요. 치열하게 살더라도 몸과 마음이 상하도록까지 치열하게 살지는 말았으면 좋겠네요.

아름다운 나무를 뜨락에 두고 싶어

좋은 날 옮겨 심었더니

몇 날 며칠 몸살을 앓습니다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리느라

얼마나 고될까요

잎은 바싹바싹 마르고

가지는 힘없이 늘어져

마음이 자꾸 뜰로 향합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지지대를 세워주고 물을 주며 보듬습니다

사랑과 정성으로

여린 나무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 보듬어 줍니다

계절은 여린 나무를 흔들어댈 것입니다

따스한가 싶으면 꽃샘추위가 시샘할 것이고

태양 아래 몸을 녹이고 있노라면

가뭄이 들어 태양을 피하고 싶게 하겠지요

불현듯 홍수가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가볍게 불어온 바람이 아프게 할퀼지도 몰라요

그때마다 흙은 뿌리를 안아줄 겁니다

나무가 견딜 수 있게 단단히 잡아주겠지요

그렇게 한고비 한고비 넘기면서

나무는 나이테를 더할 것입니다

나이테를 더할수록

뜨거운 태양은 푸른 잎을 더욱 무성하게 할 것이고

꽃은 떨어져 풍요로운 열매로 가을을 그득 채울 것입니다

더는 바람에 흔들리거나 가뭄에 애가 타는

그런 여린 나무가 아니라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린 단단한 나무가 되겠지요

결혼은 나무를 옮겨 심는 것과 같습니다

몸살을 앓는 나무를 흙이 다독이듯

가끔은 휘청거리고 헤매더라도

사랑으로 보듬어 주고 보살펴주어야 합니다

마음과 귀를 열어

‘나’와 ‘너’가 아닌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희망을 이야기할 때

행복은 말간 샘물처럼 솟아나겠지요

소망합니다

언제나 흙과 나무처럼 살아가길

서로를 보듬고 배려하는 흙과 나무처럼

천년을 하루처럼 살아가길

그리고

아름다운 꽃과 향기로운 열매를 맺으며

오늘도 행복한 아침을 맞이하길

마음 모아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