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 속초 출생
• 한신대 문예창작대학원 졸업
• 2003년 <실천문학> 신인상 등단
• 작품 - 『틈이 있기에 숨결이 나부낀다』, 『가슴을 재다』, 『꽃은 바퀴다』, 『쪽문으로 드나드는 구름』, 공동산문집 『우리는 영원하고 사랑도 그렇다』, 『먼 곳에서부터』 등 

→ 저는 수원에서 시를 쓰며 지역문화활동을 하고 있는 박설희입니다. 2003년에 <실천문학> 시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시집으로 『쪽문으로 드나드는 구름』, 『꽃은 바퀴다』, 『가슴을 재다』가 있으며 올해 초에 산문집 『틈이 있기에 숨결이 나부낀다』를 펴냈습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소설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경제적 기반을 닦느라 잊고 살다가, 어느덧 30대 중반이 되었을 때 마음 한 켠에 채워지지 않는 뭔가가 늘 있는 자신을 발견했고, 어릴 적 꿈이 생각났습니다. 소설을 쓰기 위해 도서관 강좌를 알아봤는데 그 학기에는 시 창작 강좌만 있어서 무작정 등록을 했습니다. 숙제로 제출한 제 시를 보고 시인 선생님께서 “좋은 시인이 될 것 같다”고 칭찬을 해주셨어요. 그 한 마디 말의 힘으로 등단을 하고 지금까지 시를 쓰고 있습니다.

→강의도 하고 산문도 쓰고 예술 관련 기획도 하고… 그러면서 시적 긴장을 늘 유지하며 살려고 합니다. 제 시는 제가 발 딛고 서 있는 지금 여기에서 시작합니다. 생태환경과 기후 위기, 우리가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 등과 소수자들에게 시선이 가지요. 마을회관, 장애인학교, 초등학교, 도서관 등에서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얻습니다. 세상의 모든 곳에서 온 힘을 다해 움직이는 존재들의 삶을 관찰하고 탐구하고 사유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 아픈 곳이 몸의 중심이 되듯, 사회에서도 소외되고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자꾸 시선이 가곤 합니다. 세상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옆 사람이 불행한데 나 혼자 행복할 수는 없는 거지요. 제 첫 시집부터 세 번째 시집까지 관통하고 있는 화두가 단절과 소통에 관한 것입니다. 특히 소통의 매개체로서 ‘틈’이 있는 것이고요. 그것이 산문집까지 이어져 있어요.

→칼럼 등을 쓰면서 공부를 많이 하게 돼요. 신문도 일독하고, 새로 나온 책들도 찾아 읽고...

저는 문학작품보다는 인문서적이나 과학서적을 많이 보는 편입니다. 제 시야를 넓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아는 게 많고 할 말이 많아서 집필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더 공부하고 채찍질하기 위해 칼럼 등을 씁니다. 물론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에는 할 말을 하고 싶어서 쓰기도 하지요.

→흔히들 시를 『장자』에 빗대 ‘무용지용(無用之用)’, 즉 ‘쓸모없음의 쓸모’라고 하지요. 밥이 되거나 돈이 되지는 않지만 삶의 여유와 고양된 정서를 경험하게 해주지요. 말의 힘을 극대화한 게 시이고요. 시 한 구절이 어려움을 이겨내게 하고 위로와 희망을 줍니다. 저도 시를 쓰면서 위로를 받았고, 좋은 시를 읽으면서 어려움을 이겨냈어요.

→시는 세계에 대한 치열한 질문입니다. 제가 시를 쓰면서 제일 처음 한 것이, 지금까지 익숙했던 시간과 공간과 사물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제 나름의 방식으로 관찰하고 사유했더니,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지각하지 못했던 것도 지각할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 읽은 책에서 이런 비유가 있었습니다. 철학자는 물 밖에서 물고기를 들여다보며 관찰하고 사유하는 반면에, 시인은 물속에 들어가 물고기를 보고 만지고 냄새 맡아서 그 내용을 물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한다는 것입니다.

시인은 너무도 익숙한 이 세상을 낯설게 제시하기도 하고, 낯선 것들을 친숙하게 펼쳐놓기도 합니다. 달개비꽃에서 코끼리를 보기도 하지요. 물질만능주의가 판을 치고, 먹고 사는 문제에만 급급하기 쉬운 세태 속에서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촌철살인의 언어로 드러냅니다.